[춘식이의 코드이야기] 춘식이의 첫 해외 나들이, OK Festival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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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5일부터 17일까지 Open Knowledge Foundation에서 주최한 OK Festival 2014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습니다. 재단의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Open'을 주제로 한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고 세계의 많은 활동가들이 모이는 축제입니다. 바로 이 행사에 크리에이티브커먼즈코리아 활동가이자 코드나무 활동가로서 참석하게 되었는데요, 춘식이가 태어나서 첫! 한반도를 벗어나게 된 계기는 크리에이티브커먼즈코리아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3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런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휴가를 줄테니 한 번 참석해보지 않을래?"라는 현숙님의 한 마디에 덥썩 티켓부터 사버린 뒤 일어난 이야기들. 지금부터 춘식이가 베를린에서 겪었던 잊지 못할 순간들을 하나하나 생생히 전달해드립니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지극히 사심 가득 담긴 순간들임을 잊지 말아주세요.

기적을 꿈꾸다, Code for Namie

베를린에서의 공식적인 가장 첫 일정은 전 세계 코드포올 커뮤니티들이 모여 자신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함께 고민하는 프로그램으로 코드포아메리카, 코드포독일, 코드포재팬 등 활동가들과 Google, NESTA, Sunlight 재단에서 온 분들도 함께 참석한 의미있는 자리였습니다. 그 중 참석한 모든 활동가들의 마음을 울렸던 발표가 있었는데요, 쓰나미와 원전 사고를 겪은 나미에의 기적을 바라는 프로젝트 Code for Namie를 소개한 코드포재팬의 발표입니다.

쓰나미와 원전 사고로 쑥대밭이 된 나미에 지역을 위하여 코드포재팬에서는 420명의 시민이 참가한 7회의 아이디어톤(아이디어 + 마라톤)을 통해 770여개의 아이디어를 모았고 3회의 해커톤(해킹 + 마라톤)을 통해 14개의 목업을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그 결과 나미에 주민 전원에게 태블릿을 지급하여 해커톤을 통해 개발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이 어플리케이션을 가지고 나미에 지역의 실시간 방사능 지도를 확인할 수 있고 지역 소식이나 공공기관의 정보 등을 바로 받아 볼 수 있습니다.

기적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일본 뿐만 아니라 멕시코, 유럽 등의 각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한결같이 가지고 있던 고민은 지속가능성이였습니다. 코드포- 활동을 지속하는데 가장 고민이자 중요한 점은 자원과 관심이였습니다. 어쩜 이렇게 우리가 하고있던 고민과 비슷할까요?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빅해커들, 개발자들과 디자이너들의 관심과 그 관심을 이어갈 수 있는 활동들이 절실하고 더불어 함께 이런 활동을 지속하는 데 정부의 지원은 부족하고. 기적을 위한 코드포나미에 프로젝트에 이어서 그 자리에 앉아있는 활동가들 모두가 공감할 고민거리들을 이야기하는 순간에는 한편으론 안타까운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해커들의 천국! 그 와중에 Rufus Pollock을 조우하다

본 페스티벌 외부 행사로 진행된 csv.conf. 긴 금발머리와 수염, 그리고 빨간 머리 외국인들이 저를 맞이해주는 모습은 마치 리눅스가 개발되던 시절을 그린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같았습니다. 나름 머리를 기르고 갔던 제가 초라해졌던 순간. csv.conf는 CSV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데이터를 가지고 진행된 세계 곳곳의 다양한 사례들을 가지고 많은 세션과 네트워킹이 진행되는 행사입니다. Propublica에서 Knight-Mozilla 펠로우로 일하는 Brian의 이야기, 미 국방부에서 내부에서 진행된 오픈 데이터 프로젝트를 소개한 이야기, Wikimedia 커뮤니티가 돌아가는 이야기를 헨젤과 그레텔에 비교하여 쉽게 이야기한 세션까지 해커들의 세상이자 데이터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였습니다. 그 와중에 눈에 띤 한 얼굴. Rufus Pollock. Open Knowledge 공동 창립자이면서 현 회장이자 저의 기분을 상하게 한(?) 한 인물. 베를린으로 떠나기 전 Wheredoesmymoneygo 작업을 진행하던 때, 블로그에서도 '(왜 내가 보낸 Pull을 받아달라는 트윗, 이메일도 다 씹는거니!!)’라고 언급하다시피 Rufus로부터 '좋다!' 혹은 '소스코드가 수정이 필요하다'같은 부정적인 답조차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OKF Korea에서 번역한 Opendatahandbook을 웹에 올리려고 보낸 Pull Request도 역시 아무런 소식이 없었죠. 깜깜무소식. 페스티벌 준비에 바쁘시겠지라며 애써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었습니다.

Rufus를 발견하자마자 조심스럽게 다가가 하소연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온 누구누구다… 너가 연락도 안받고 Pull Request도 안받아줘서 I felt sad 했다…’ 순간 Sad 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연민의 표정과 함께 그 자리에서 노트북을 열고 Pull Request를 받아주는, 그것도 모자라 저를 프로젝트에 합류시켜주기까지! 제 깃헙 프로필에는 한순간에 OKFN이라는 그룹 아이콘이 생겼습니다. 토라졌던 제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노트북을 만지고 있는 Rufus에게 사진 찍어도 되나며 수줍게 묻고 있는 저.

Open Contracting, 정부의 모든 계약을 공개하라!

지난 코드이야기 글에서 등장하는 Open Spending 프로젝트 처럼 저는 열린 정부에서 정부투명성의 주제에 가장 관심이 많습니다. 그 중 세금을 주제로한 Open Spening과 맥락을 같이하는 Open Contracting이라는, 정부가 체결하는 모든 계약 데이터를 시민들에게 공개하자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정부 내 부패 및 부정계약, 효율적인 예산 사용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국제 프로젝트. Open Spending처럼 계약 데이터의 표준화를 지정해 각 국가에서 시빅해커들이 자연스럽게 계약데이터를 시민들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돕고있습니다. Where Does My Money Go? 이후에 진행해보고싶은 욕심이 나는 프로젝트이기도 하구요.

이미 몇몇 국가에서는 계약 데이터를 공개할 수 있는 플랫폼까지 구축되어 정치인들과 시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로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는 많은 활동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캠페인에 참여하는 단계이구요. 활동가들과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 와중에 체코에서 온 한 시빅해커는 너무나 믿기 힘든 말들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었습니다. 공공기관은 자발적으로 계약 데이터를 모아서 ‘Machine Readable’한 포맷으로 게약 데이터 플랫폼에 올린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법이 강제하는 것도 아닌데 심지어 포맷까지 정제하여 올리느냐는 저의 믿을 수 없다는 질문에 그 분의 우문현답.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뽑아주지 않거든요’. 우리나라도 계약 데이터 플랫폼만 구축되면 이렇게 자연스러운 모습이 만들어질까요?

해커스페이스, C-Base

가장 흥분 되는! 신세계!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그 곳! 일단 이 곳부터 들어가보시죠. '해커스페이스 C-Base’ 무슨 나사 홈페이지 같다구요? 영화에서나 볼 법한 해커들이 살고있는 해커스페이스, C-Base라는 곳입니다. 매 달 15유로의 멤버십 비용을 지불하면서 해커들이 한 곳에 모여 저마다 개인 프로젝트 및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해커들끼리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C-Base가 특별한 점은 외계를 모티브로 공간을 꾸며놓은 점인데요, 이곳 저곳 외계인의 모형, 영상, 그리고 우주선 내부를 연상케하는 인테리어. 무엇보다 여기저기 자리잡고 앉아 해킹에 흠뻑 빠진 해커들까지. 궁금하시죠!?

무엇보다 잊지 못할 순간은 이 곳에서 만난 Silver 라는 해커와의 인연입니다. 제가 티셔츠와 커프스를 사는 모습을 보며 뒤따라와 이것저것 저에 대해 호기심을 보이던 그와 친해져 그가 만들고 있던 ‘어린 아이들을 위한 코딩 교육 로봇’ 프로젝트를 구경할 수 있었는데요, 구글의 Blockly 프로젝트와 아두이노 로봇을 조합해서 블럭 조합에 따라 로봇이 따라 이동하는 흥미로운 프로젝트였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멤버가 아니면 들어가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사진 촬영도 금지되어 있다는 곳이였다네요. 제가 해커같이 생겨서 그랬던걸까요…? 이유는 Silver만이 알고있겠죠

그 밖에

짧지만 긴 일주일동안 정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잊지 못할 많은 일들을 겪었답니다. 씨씨코리아 후원회원에게만 드리는 골드스티커가 인기가 너무 많아 한순간에 '스티커가이'가 된 사연, Creative Commons의 CEO, Ryan이 무심히 받았던 씨씨코리아 티셔츠를 다음날 입고 왔다는 소식에 여기저기 찾아다녔던 일, 운 좋게도 월드컵 결승에 독일이 올라 독일의 수도에서 독일인들과 함께 월드컵 결승을 함께 본 시간들. 가장 잊지 못할 일들만을 뽑는 것이 너무 어려울 정도로 신나는 시간들이면서 많은 의미도 있었던 일주일이였습니다.

앞으로

'마치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온라인으로만 접하던 전 세계 시빅해커(Civic Hacker)들을 직접 만나고 교류하고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토론을 나눴던 이 시간들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진 시간들이였습니다. 다른 언어, 다른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같은 의미와 같은 목적을 가진 활동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서로가 살고 있는 도시들 또한 같은 문제, 같은 고민거리 등을 가지고 시빅해커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도시의 커뮤니티와 다양한 시빅해커들을 보면서 코드나무와 코드포서울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가야 할 지, 또 저는 시빅해커로서 어떤 성장을 이루어야 할 지 개인적으로도 많은 깨달음과 질문거리를 가지고 돌아온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뽑아주지 않거든요’라는 체코의 한 활동가의 말처럼 시민들이 조금씩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많은 분들이 함께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그런 활동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열린 정부는 정부가 아닌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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